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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ㅣ욜로에서 1억 모으기

김무던 2021. 1. 9. 11:54


“욜로, 그거 이미 해봤지.”

여차저차 이런 이야기는 접어두고,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 지자체 공공기관이라는 특성으로 월급이 아주 작고 귀여웠다. 월 실 수령액 160만원을 받고 80만원은 적금, 20만원은 부모님께 생활비 납부, 남은 60만원으로 휴대폰 요금, 기타 생활비를 충당하며 1년 8개월을 살았다.(*자취는 하지 않았고 연애는 했다.)


그리고 퇴사 후, 9개월의 휴식 기간 동안 요즘 말로 하는 현타를 때려 맞았다. (그 때는 그게 현타인 줄도 몰랐다.) 다음 직장을 구하면 다 하고 살거야! 마음을 먹었고 재 취업 후 바로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다.

명품브랜드 물욕은 전혀 없었지만 미국, 중국, 유럽 틈틈히 해외여행을 갔고 1:1개인운동 수업도 해봤고 피부과를 주기적으로 다녀보기도 했다.

돈을 다시 모아야겠다는 지금, 그런 순간들을 후회해? 라고 묻는 다면 1초의 고민도 없이 아니. 라고 할 것이다.

인생에서 언젠가는 꼭 해야할 경험이라 생각한다. 여행과 운동은 특히나. 여행은 심리적 장벽을 탄탄하게 하는 것이고 운동을 신체적 기능 향상을 위한 것이니 분명 필요하다. 그리고 소위 ‘욜로’ 라이프를 통해 전혀 관심이 없던 돈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으니 후회하지 않는다.


한 때 최고의 즐거움, 여행✈️


“1억 있어? 없어? 그럼 안돼!”

지난 생활을 후회하지도 않으면서 왜 갑자기 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냐면,

- 사업하고 싶어. 카페
- 저도요. 우리 바질 스콘, 당근케이크가 맛있는 카페해요.
- 와씨, 이미 행복해! 빨리 나랑 동업하기로 약속해.
- 지금 1억 있어요????
- 어? 아니.
- 아, 그럼 약속 안해요. 사업 못 해!

이 대화였다. 당당하게 내밀었던 새끼 손가락이 거절 당하던 찰나. 아직도 이 때를 생각하면 너무 웃기다. 단칼에 거절을 당했는데 단 하나의 여지도 없는 그 거절의 말이 배가 아프도록 웃겼다.(아직도 명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1억은 있어야겠구나, 돈을 모아야겠다 다짐했다.

누군가는 참 단순한 계기다 라고 할지 모르겠지만(나는 다이어트도 단순히 숨 쉬기가 힘들다는 이유로 시작한 사람이니 성향 탓일수도 있지만) 독립해야하는데, 돈 모아야 하는데, 라는 추상적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게 한 중요한 에피소드다.

동업 제의 거절 당했던 카페😂


“그래서 뭐 부터 했는데?”

현실파악이 필요했다. 신용카드 사용금액, 적금, 월급, 생활비용의 금액을 파악했다.

그 다음은 신용카드를 없애는 일이었다. 가진 여윳돈은 없었고 걸려있는 할부는 많았고, 신용카드를 없애려면 적금을 깨서 대금을 선납부 하는 방법 뿐이었다.

욜로를 즐기던 와중에도 한달에 2-30만원 소액 적금을 들었고 그게 만기되면 피부과를 가거나 피티를 받거나 했기 때문에 중도 해지 할 수 있는 적금이 있었다. 그걸 해지했고 그 돈으로 카드 값을 갚았다. 그리고 잘랐다, 현대카드.

그러고 나니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다음 달의 내가 갚을 빚이 없다는 사실에 정말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았고, 작고 작던 월급이 조금이나마 커진 기분이었다.

덕분에 제대로 된 적금을 다시 시작했다. 월급의 50%는 적금을 하자! 결심했고 다음 달 월급부터는 적금을 자동이체하고 남은 돈에 대한 가계부를 작성했다.

* 가계부를 작성하는 것은 지출을 컨트롤 하기 위해서인데, 되레 가계부를 작성하는 것이 너무나도 스트레스라면 차라리 작성하지 않고 현금을 인출해서 눈에 보이는 돈을 쓰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다행히 나는 가계부를 쓰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있어서 다시 돈을 모으는 3개월간은 꼬박꼬박 가계부를 썼다. 그 후에는 적당한 지출이 유지되어 가계부를 작성하지 않았고 올 해 부터는 적금액을 늘리고 싶어서 다시 작성 중이다!

“그래서 모았어? 1억?”

아직은. 그래도 ‘모으는 중’ 이라는 것에 의미를 둔다. 다시 돈을 모으기 시작한지가 딱 1년이다.(20년 1월부터) 처음 1년은 지출을 줄이고 절약에 익숙해지는 트레이닝 기간으로 설정했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얼추 이룬 것 같다. 올 해는 매 월 월급에서 60%를 적금하고 그 외 성과급이나 기타 수입을 포함해서 1년간 연봉의 70%를 모으는 것이 목표인데 할 수 있을지 확신은 없다. 그렇지만 이 또한 그냥 해 보는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뉴욕가는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던 것 처럼 일단 저지르자! (*소비를 말고 절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