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d-on
결혼은 모르겠고 비혼도 잘 모르지만,
김무던
2021. 1. 4. 14:16

“꼭 저런 애가 제일 먼저 결혼 하더라.”
특별한 계기는 없다. 길진 않지만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간절히 결혼, 아이, 나의 가정을 원해본 적이 없다. 그러니 비혼은 내 인생에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어느 순간 ‘비혼’ 이라는 단어가 사회에 드러나기 전 까지는.
‘비혼’이라는 단어가 존재감을 드러낸 후 부터 나의 치열한 고민이 시작됐다. 나는 진지하게 비혼이 무엇인지 사려하는 시간을 가졌나, 그리고 사회적 통념을 다 무시하고 선택할 만큼 원하고 있나.
몇 년 째, 명확한 답을 얻진 못했다. 허나, 확실한 건 시기 적절함 혹은 부의 축적, 타인의 강압에 의한 결혼을 원하지는 않는다는 것. 그리고 혼자서도 충분히 재밌고 평안하며 즐겁다는 것.
그래서 나는 ‘아직은’ 비혼 이다.
“ ‘아직은 비혼’ 마주하기.”
마음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그렇지 않으면 꽤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생각임에도 외부 풍파에 충분히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활자로 마음을 남기는 일이 조금 더 당당하게 비혼을 마주하는 디딤이 될 것 이라 믿는다.
‘비혼’ 이라는 말이 없던 시절 ‘나 결혼 안 해!’는 어렵지 않았는데, ‘비혼’ 이라는 말을 알고 나서는 ‘나 결혼 안 해!’라는 말이 어려워졌다. 아마도 좀 더 명확하게 좁혀진 그 범주 안에 과연 내가 들어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원할 때 조용히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고 싶은 나는 아직은 비혼이다.
